부부의 전국 캠핑 순례기

2013. 4. 25. 18:03넓은 세상/노숙_캠핑

 

올 초에 마리까지 셋이서 캠핑으로 다녀온 전국일주...

그 이야기가 시사IN 293호 별책부록 안에 3쪽분량으로 실렸다. ^^

 

 

 

 

 

 

 

 

블러그나 써 봤지 책에 뭔가를 써서 내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많이 서툴러서,

(블로그라면 '내'이야기를 '내'맘대로 편하게 쓰면 되겠지만, 책은 개인사를 담은 블로그와는 많이 다르니... ^^)

처음 써서 보낸 글 중 대부분이 편집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그래도 즐겁고 좋은 경험이 되었으니... 대만족~ㅋ

 

 

참고로... 

그 내용(최종본)은 아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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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가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우리 부부는 40년 넘게 살아왔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 대정으로 거처를 옮겼다.

 

도시에서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다

문득 우리 삶에도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제주로 온 것이다.

 

 

나름대로 20년 가까이 직장을 다니며 치열하게 살았으니,

스스로에게 최소한 일한 기간의 10%인 2년 정도는 휴가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저지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장을 그만 두고 손에 쥔 퇴직금으로

전국일주와 세계일주를 해봐야겠다는 철없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에 적응하기도 벅찼던 데다,

한적한 마을의 단독주택(쉽게 말해 시골집)은 도시의 아파트와는 달라

집이며 마당이며 이것저것 고칠 부분도 많고 시시때때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세계일주는커녕 제주도 한 번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채 1년이 후딱 지나버렸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전국이든 세계 어디든 영영 못 떠날 거 같아서 전국(노숙)일주를 하기로 했다.

 

 

왜 '노숙'이었을까?

마리(제주에서 우리가족이 된 강아지)를 장기간 맡길 수 없다는 건 핑계고,

진짜 이유는 캠핑 자체가 좋아서였다.

 

텐트에서 머무는 게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지는 다녀본 사람들만 안다.

거기에 바람 없는 날에 ‘불멍’(모닥불 피우고 장작이 타는 걸 멍하게 바라보는 것)을 하는 사치까지 누린다면···.

 

 

그렇게 지난 설 무렵 한 달 간의 캠핑 투어가 시작되었다.

겨울엔 일시적으로 문 닫는 캠핑장도 많고 해수욕장 같은 곳은 아예 화장실까지 폐쇄한 곳이 많아서,

전국의 캠핑장을 담은 책과 인터넷을 뒤져서 겨울에도 텐트를 칠 수 있는 장소를 메모해뒀다.

 

그런데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국립공원 야영장은 아쉽게도 강아지 출입이 금지였다.

 

한겨울에 캠핑할 수 있는 장소 중,

국립공원 야영장과 강아지 출입이 안 되는 캠핑장들까지 다 빼고 보니,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태안반도의 경우 학암포와 몽산포를 제외하고

모든 해수욕장은 지정한 기간(여름~초가을) 외엔 캠핑 자체가 금지였다.

 

 

출발하는 날.

경차 뒷자리에 텐트를 비롯한 장기간 캠핑에 필요한 모든 짐들과

쌀, 양념 등의 부식에 난로와 기름통까지 실었다.

 

겨우 뒷 시야를 확보한 후에

마리를 안고 제주항에 도착하여 전남 완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여행은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미리 파악을 한 곳인데도 막상 도착하니 화장실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굳게 잠겨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완도에는 인터넷 서비스가 되지 않는 지역이 많았다.

 

할 수 없이 해수욕장마다 일일이 들러 화장실 사용여부를 확인한 끝에

고흥을 지나 여수에서야 야영이 가능한 곳을 발견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야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었다.

 

톡톡히 신고식을 치렀다.

 

 

두 번째로 간 곳은 경남 하동의 한 공원 안에 있는 야영장이었다.

 

다음날 비 예보가 있어서 서둘러 텐트를 치는데

순찰 돌던 관리인이 강아지는 출입할 수 없다고 해서 참 난감했다.

 

강아지와 같이 오는 사람들이 배설물을 안 치운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휴대용 배변봉투 보여주고 설명해도 한참을 뭐라고 하다가,

나중에서야 민원 안 들어가게 조심하라며 돌아갔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립'공원 야영장에서도,

공원(산)에 안 들어가고 입구 쪽의 야영장에서만 머문다고 해도

강아지는 절대 안 된다고 했으니까 뭐.

 

유럽의 경우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해서

슈퍼마켓은 물론 식당까지 들어가고 기차와 버스는 물론이고 케이블카까지 탈 수 있다.

 

한꺼번에 생각이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우리도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동에서 철수한 후, 겨울에도 캠핑이 가능한 곳이 있다는 남원으로 움직였다.

남원에 도착 후 추어탕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캠핑장으로 전화를 했더니 겨울엔 캠핑 불가란다.

 

당황해서 (출간된 지 몇 달 안 된) 전국의 캠핑장을 담은 책을 보고

서둘러 근처에 겨울캠핑이 가능하다는 장소들에 전화를 했더니,

책과는 다르게 동계엔 캠핑이 안 되는 곳이 반 이상이고,

동계에 되더라도 주중에는 안 된다고 했다.

 

 

여행 도중 세수는 어찌어찌 했지만 찬물로 머리까지 감을 용기는 안 나서

며칠에 한 번씩 그 지역의 목욕탕을 갔다.

 

생각보다 동네 목욕탕이 많지는 않았다.

어떤 곳은 남자와 여자가 각각 목욕 가능한 요일이 다른 곳도 있었다.

목욕탕이 하나여서 생긴 일이었는데 작은 마을에선 그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은 눈 온 다음날 캠핑장에 도착해 보니

어디가 텐트 치는 곳이고 어디가 길인지도 모를 정도로 온통 눈밭이었다.

 

간신히 캠프사이트의 번호를 확인하고 관리실에서 눈삽 두 개를 빌려서 눈부터 치우고 텐트를 쳤었다.

그러나 언 땅 위에 친 거라 낮에 햇볕이 비추니 눈과 얼음이 녹아서 텐트 주변이 한강이 되었고,

땅은 얼어서 삽으론 물길을 내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평일이라 캠핑장에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그나마도 다 앞쪽에만 모여 있어서

틈만 나면 뒤쪽 눈밭에서 마리랑 뒹굴고 놀 수 있어서 좋았다.

 

마리 녀석은 눈이 좋은 건지 발이 시려 뛰는 건지 몰라도,

한참을 신나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다녔다.

 

 

이번 여행에서는 겨울인데도 유난히 비를 자주 만났다.

 

비가 오면 텐트 치고 걷기가 불편하니까 일정에 영향이 있지만,

우리는 꽉 짜여진 일정이 없었으므로 비가 그치고 땅이 마를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텐트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쉬는 것이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

 

 

매번 어려움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랫동안 걱정 없이 머물 수 있었던 한적한 바닷가나 풍광 좋은 곳도 많았다.

 

머무는 곳마다 따뜻한 인심도 많이 느꼈다.

경북 영덕의 한 보건소에서는 우리가 여행 중이라는 이야기에

금방 밥 해 줄 테니 점심을 먹고 가라고도 하셨다.

 

 

한 달동안 텐트에서만 먹고 자고 하면서도 덜 지칠 수 있었던 데에는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는 여러 ‘친구’들과

인터넷(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서 알게 된 이들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강원도에서 화장실을 쓸 수 있는 해수욕장이 거의 없어서 캠핑지를 못 정하고 있을 때

흔쾌히 본인 식당의 화장실을 이용하라던 ‘친구’도 있었고,

서울에서 가깝게는 여주까지, 멀게는 강원도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준 ‘친구’들도 있었다.

전주비빔밥을 맛보게 해준 것도 모자라 전어로 만들었다는 전라도식 김치까지 살뜰히 챙겨 준,

전주에 사는 친정언니 같은 ‘친구’도 있었다.

 

 

전남 청산도에서 전국 노숙일주의 마지막 캠핑을 마치고 완도에서 제주행 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마음속엔 집으로 간다는 안도감보다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나 하는 아쉬움이 더 컸다.

 

‘여행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옴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라는 경구를 위로 삼아

떨어지는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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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번호에는 읽을만한 좋은 기사들도 많고,

또 캠핑에 관한 별책부록도 있으니...

 

"꼭 한권씩 사서 보셔요~"

 

특히 별책부록은 소장하셔도 될만큼 알찬 내용들이 그득~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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