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5. 09:04ㆍ파란 세상/필리핀
=========================================================================================
*** 격월로 발행되는 [수중세계] 3/4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
필리핀 말라파스쿠아 다이빙기 1부 : http://bada.tistory.com/204
전반적인 말라파스쿠아 다이빙 여행정보 : http://bada.tistory.com/200
=========================================================================================
다음날 새벽4시에 일어나서 열심히 달려가 도착해보니, 호호~ 이번엔 우리배가 1등이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입수(물론 준비하는 도중에 다른 배들도 속속 도착).
전날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대기를 했건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환도상어.
환도상어가 워낙 사람들이 많거나 배 모터소리가 많이 나면 잘 안 오기도하고,
가끔은 새벽이 아닌 때에도 나타난다고 해서, 팀원들과 의논 후 한 번 더 시도해 보기로 하고
두 번째도 같은 곳에 입수했으나 환도상어 만나는 건 또 실패.
새벽마다 환도상어 만날 때까지 계속 시도해 보자는 강경파(?)와,
다른 것도 볼 것이 많으니 이쯤해서 접자는 중도파(?)와의 설전이 오간 끝에,
점심 1~2시쯤 나타난다는 만타를 보러 한 번 더 그 포인트에 들어가 보고
그래도 안 나타나면 환도상어와 만타에 대한 미련은 접기로 하고,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입수.
이번 다이빙여행을 준비할 때 어디선가 본 동영상에는 만타와 환도상어가 서로 갈팡질팡하며 부딪히는 것도 있던데,
‘흑흑~ 갸들은 다 어디로 간 겨?’라며 바닥의 접사거리만 두리번거리며 구경한 후 아쉬운 마음을 접고 출수했고,
같은 장소에서 4번이나 시도했는데도 우리한테 모습을 안 보여준 거니 이번엔 우리가 포기할 차례라는 중론이 모아져서
일단 그곳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새벽부터 도시락까지 싸서 출정한 덕분에 세 번의 다이빙을 다 마쳤는데도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첫날 못한 다이빙을 그날 하기로 하고 섬 근처의 접사 포인트로 이동했다.
10분쯤 지났을까? 배를 타고 달리는 수면위로 뭔가 큰 물체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이 길래,
일단 배의 모터를 끄고 다들 그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런데 점점 배 쪽으로 가까이 오는 모습이, 어라? 우리가 물속에서 그토록 기다렸던 만타가 아닌가!
그것도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가 서로한테 업히듯 천천히 이동해서 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준 것이다.
비록 물속에서는 만나지 못했지만, 이렇게나마 모습을 보여주고 가는 만타가 한없이 고마웠다.
네 번째 다이빙 장소는 Big Rock이었고, 조류다이빙 어떠냐는 말에 우리들은 모두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근데 뭔 조류다이빙이 조류를 타는 게 아니라 거스르는 다이빙이더냐;;;
조류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새벽부터 움직인 우리는 ‘유격훈련’ 급의 다이빙으로
그나마 남은 힘을 다 쓰고서야 출수했다.
혹자는 ‘다음날도 또 새벽에 나가자고 할까봐 다이브 마스터들이 우리 힘을 빼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긴 했지만,
메인 마스터가 브리핑에서 이야기한대로, 다양한 색의 씬뱅이들과 피그미해마 등 작은 생물들이 그곳에 그득한 걸로 미루어보면,
음모론은 그닥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
1회 - Monad shoal, 수온 26.6도, 6:03~6:51am (48분), 최대수심 22.1m, 평균수심 14.3m
2회 - Monad shoal, 수온 26.3도, 10:35~11:08am (33분), 최대수심 22.8m, 평균수심 17.6m
3회 - Monad shoal, 수온 26.5도, 1:32~2:08pm (36분), 최대수심 24.1m, 평균수심 17.5m
4회 - Big rock, 수온 26.3도, 4:23~5:02pm (39분), 최대수심 23.4m, 평균수심 16.8m
새벽 6시에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싣고 까랑까만(Calangaman)섬으로 향했다.
본섬(말라파스쿠아)에서 편도로 2시간가량 걸리는 곳이라 일찍부터 서둘러 간 거였는데,
배 위에서 아침 도시락을 먹으며 졸며 쉬며 한참을 가서 도착한 까랑까만섬은,
오며가며 들인 시간과 개인소유라며 지불해야했던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곳이었다.
까랑까만섬은 가운데엔 나무들이, 섬 양쪽으로 하얀 모래가 있는 작고 아름다운 곳이다
말라파스쿠아에서는 어떤 포인트를 가든 이미 도착한 다이빙 배가 4~5척은 있어 북적였는데,
여긴 멀어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일찍부터 서둘러서인지, 온전히 우리만 있다.
한적함을 한껏 즐기며 준비하고 다이빙을 시작했다.
시야나 수온 등의 바다 속 환경은 본섬과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본섬과는 많이 달랐다.
본섬 주변의 바다 속은 동해 분위기였지만, 이곳은 진정한 열대바다 분위기가 났으니,
다들 물 안팎에서 이곳의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다이빙하고 쉬는 중간에 스노클링도 하고, 섬의 모래밭이나 물속에서 놀기도 하면서, 나머지 두 번의 다이빙도 다 마쳤다.
대학 재학 중인 후배들은 하루 더 다이빙하고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재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 더 휴가를 내지 못해서 이날이 마지막 다이빙 날이었는데,
그게 더 아쉬웠는지 마지막 두 번의 다이빙시간이 각각 60분, 70분이었다.
아래는 까랑까만섬에서 만난 다양한 수중생물들, 특이하게 생긴 갯민숭달팽이를 비롯해서 많은 수중생물들이 있었다.
바다나리 안에 살던 물고기, 이건 이번에 첨 봤;;; ^^
1회 - Calangaman Is., 수온 28.7도, 8:45~9:31am (46분), 최대수심 24.0m, 평균수심 15.5m
2회 - Calangaman Is., 수온 27.4도, 11:16~12:16 (60분), 최대수심 17.7m, 평균수심 10.2m
3회 - Calangaman Is., 수온 27.8도, 2:06~3:16pm (70분), 최대수심 16.7m, 평균수심 8.6m
말라파스쿠아 섬에서의 다이빙을 모두 마무리를 했다.
저녁에는, 다이빙 일정이 하루 더 남은 후배들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또 앞선 일정동안 우리팀이 무사히 다이빙 끝날 수 있게 안내해주고 신경써준 것에 고맙다는 의미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 다이브샵 스텝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두런두런 다이빙 이야기로 시작해서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나누던 즐겁고 아쉬운 식사시간이 끝나고,
다음날 다이빙 나갈 후배들의 아침+점심 도시락을 주문한 뒤
숙소로 돌아와 우리끼리 간단한 파티를 하며 말라파스쿠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새벽에 다이빙을 하러가는 후배들을 배웅하러 나갔다.
바닷가는 이미 다이빙 준비로 부산스러웠고, 준비가 끝난 후배들이 난파선으로 다이빙을 간다며 출발했다.
후배들 배웅 나가서 여유롭게 바라 본 새벽 바다
물이 빠지는 시간이면 큰 배들은 바짝 댈 수가 없어서 작은 배를 셔틀삼아 오가야했다
후배들을 보낸 다음 아침을 간단히 먹고,
숙소에서 체크아웃한 후 다이브샵에서 전날 널어놓은 장비를 넣어 짐을 꾸리고,
남은 스텝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눈 후 배를 타고 말라파스쿠아 섬을 떠나왔다.
말라파스쿠아섬에서의 다이빙 일정을 마치고 마야로 돌아가는 중 배 위에서
세부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첫날 새벽에 마야로 들어가던 때 보단 1시간 이상 더 걸렸는데,
그 덕분에 막탄 시내에서 우아하게 점심을 먹고 서울로 출발하여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려던 계획은
맥도널드에서 간단히 하고 끝내는 걸로 수정되었다.
그나마 여유를 두고 출발했기 망정이지, 여차하면 공항에도 늦을 뻔 했으니
햄버거로나마 배를 채우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지덕지할 밖에. ^^
올해 여름휴가는 좀 당겨서 5월말에 가기로 했다.
남편 회사에서 여름휴가로 주어진 3박4일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찾다보니,
마침 부처님오신날이 금요일인 주가 있어서 덥석 휴가를 내버린 거다.
그렇게 휴가를 내니 재작년 마나도에 다녀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최대 9박10일이 가능한데,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인도네시아에서 물 속 환경이 발리보다, 또 마나도나 부나켄 보다 더 훌륭하다고 암암리에 알려진 ‘코모도’를 가보기로 했다.
다만 이번 말라파스쿠아 투어 준비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5월엔 비행기와 일부 숙소를 제외한 모든 것을 현지에 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가는 것이다 보니,
어떤 변수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긴 하지만,
아무튼 다음 ‘또치네의 바닷속 나들이, 그 세 번째 이야기’는,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코모도 다이빙’이 되지 않을까 한다. ^^
'파란 세상 > 필리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바다... (2) | 2011.11.26 |
---|---|
필리핀의 보물창고, 보홀 (Bohol) 그리고 발리카삭 (Balicasag) 다이빙기 (12) | 2010.12.03 |
필리핀 말라파스쿠아 다이빙기 [1/2] (7) | 2010.04.02 |
말라파스쿠아 다이빙 정보 (4) | 2010.03.05 |
세부 막탄 다이빙 - 올랑고, 힐룽뚱안, 난루수안, 마리곤돈 케이브 (8) | 2009.11.09 |
세부의 릴로안 바다 속 풍경 (4) | 2009.07.15 |
두마게티 회동 (4) | 2008.05.26 |
평온한 바다, 보홀 - 새롭고 놀라운 경험 (8) | 2007.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