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9. 17:51

 

지난주에야 비로소 2019년 귤 농사가 마무리 되었다.

 

2019년은 대부분의 서귀포지역에서 전년에 비해 귤이 많이 달리는 해였다.

우리도 2018년에 비하면 1.5~2배 가량 많은 귤이 달려서 농사로만 따지면 풍작이었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린 귤들

 

 

귤이 많으니 수확용 바구니도 넉넉히 준비하고~

편하게 들기위해 바구니 양쪽손잡이를 연결하는 끈을 달았다

 

 

운반기와 콘테나(귤이 20kg 가까이 들어가는 용기)도 옮겨놓는 등 수확 준비 완료~

 

 

 

그러나 귤이 한창 익어갈때 즈음 태풍이 7개나 제주를 덮치면서

귤이 맛있게 익어가려면 필요한 햇살 대신 많은 비를 뿌려서,

처음 출하되는 귤(극조생)이 고전을 하게되었고,

한달정도 뒤에 출하된 일반귤(조생)까지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참고로 귤은 햇살을 가득~맞으며 노랗게 익어가야 맛있어지는데, 비가 계속 오면 맛이 심심해진다)

 

 

그나마 일반귤(조생귤)은 출하가 한달가량 늦어서 그 사이 맛이 회복이 되긴 했지만,

첫 출하귤(극조생귤)을 맛 본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귤 보다는 다른 과일을 더 찾았을테니,

조생도 극조생과 같이 고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관행농(일반재배농가)은 귤 값이 바닥이라서 따 봐야 귤 딴 인건비 충당도 어려우니

농가는 물론, 예년만큼 값을 지불하고 계약한 밭떼기(밭단위로 귤을 사서 수확해서 파는) 상인들은 더 어려웠을터...

서귀포 지역에서만 귤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넷이나 된다고 한다. ㅜ.ㅜ

 

그 와중에 산다수가 파업하면서 가공귤 공장도 같이 멈춰서 일반 농가의 피해가 가중되었고,

작년까지 친환경인증 비상품 귤을 처리했던 가공귤공장 중 대부분이 가공용 귤을 받지 않기로 해서

친환경 농가들도 많이 힘들었던 그런 해였다.

 

 

대부분 계통출하(농협이나 감협 등을 통한 출하)로 유통단계에서 가격결정을 하는 관행농도 힘들지만,

택배판매의 경우 가격 결정을 농가가 하는 친환경 농가들도,

귤판매가 전체적으로 침체라서 택배 주문양이 전년대비 반토막도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라 하니

택배나 급식 외에 판로 확보가 어려워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친환경 농산물은 겉모양때문에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아서 계통출하가 거의 힘들다)

 

귤 시즌이 마무리될때쯤 친환경 농가 몇군데와 이야기 나눠보니,

나중에는 당도나 맛이 어느 수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일주일이상 두고 먹을 친환경 귤(10kg) 한박스가 치킨 두마리 값도 안 되는데도!!

이미 귤 값이 바닥이라는 인식 탓인지 주문양이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ㅡ.ㅡ

 

 

 

*** 다시 우리 밭 이야기로 돌아와서...

 

11월 중순부터 1월초 판매를 마감할때까지는,

하루종일 딴 귤은 저녁내내 선별기(선과기)에서 상품과 비상품을 분류해서

상품은 포장해서 다음날 아침에 택배 보내고, 또 밭으로 가서 귤 따고...의 연속이었다.

 

선과기, 앞단계에서 비상품을 빼내고 옆으로 보내면 솔을 지나면서 큰 먼지들이 털어지고 크기별로 분류된다

 

 

이렇게 더디지만 판매를 이어가던 도중, 12월말이 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겨울인데도 낮기온이 20도가 넘어가는 등 춥지가 않은데다,

막판에 비가 몇번 오고나니 상품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진 거다.

 

 

아쉽지만 1월초에 판매를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귤 상태가 특별히 더 안 좋아지거나 상하거나 한건 아니지만,

택배 보내면 터지기 쉬운 부피과(부풀어서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가 벌어진것)도 많아진데다,

처음부터 상품이 될만한 것들만 먼저 골라 따다보니 작거나 큰 귤들만 남아서,

따서 선별해 봐도 상품 비율이 10%도 안 되어 선과기를 돌리는 의미가 없어서 마감을 했다.

 

 

 

그렇다고 귤을 계속 나무에 달아둘 수는 없어서

다음 농사를 위해 사람들을 불러서 나무에서 비상품 귤들을 따주었다.

 

"뭐하러 인건비까지 쓰면서 파찌를 따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농사 한 해만 짓고 말건 아니니까... ㅠ.ㅠ

 

 

그렇게 수확은 마무리가 되었다.

귤을 다 따고 난 후의 귤밭 전경, 귤을 털어낸 나무들이 시원해 보인다

 

 

 

그러나, 마무리하면서 수확한 파찌(비상품) 귤의 처리가 또 문제...

 

가공을 할때 하나하나 손으로 까줘야 하는 친환경 귤이기에,

파찌 중 그나마 어느 정도 크기가 되는 비교적 큰 귤들만 가공공장으로 보냈지만,

손으로 까기 어려워 가공공장에서도 받지 않는 크기의 귤들은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산지폐기)를 했다.

 

 

판매초기부터 정말 많은 양의 파찌 귤들을 주변과 나눠 먹기도 했지만,

마무리 단계에서 나오는 그 엄청난 양의 비상품 귤들을 나눠 먹어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상당량의 귤들이 자가격리라는 이름으로 폐기

 

 

2014년 귤 농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산지폐기라는 것을 해 봤는데,

1년동안 수시로 들락거리며 애정을 쏟았던 결과물들을 땅에 버린다는거...

 

지금은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이렇게 정리를 하고는 있지만,

글 남기는 이 순간도 사진을 보니 울컥울컥, 그 참담한 마음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ㅠ.ㅠ

 

 

 

 

 

 

뭐 이렇게 한해(2019년)의 농사는

지난주 콘테나들과 운반기를 제 자리에 가져다 놓으면서 마무리를 시작했고,

 

정산이나 새해 보조금 신청 등을 위한 서류처리 등 이것저것 남은 정리를 하며,

다음해(2020년) 농사를 또 시작하기 전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