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온 볼라벤이 지나간 후...

2012. 8. 28. 22:14탐나는도다-제주정착기/제주에 살기

 

어제 밤부터... 볼라벤의 영향이 시작되었다.

아니, 시작은 어제 낮부터 거세진 바람이라고 할수도 있고;;;

 

낮에도 강하게 불던 바람이 저녁 8시가 좀 넘으니 무서운 바람으로 바뀌었고...

점점 더 거세지더니만, 10시쯤에는 정전까지 되었다. 

 

 

초를 켜놓을까 하다가, 싸부님이 주신 램프를 켰다.

다행히, 램프안에는 밤새 켜놓아도 될만큼의 파라핀오일이 좀 들어있었다. ^^;;;

 

 

정전이 되고도 잠깐은 인터넷(에그라 충전해서 사용)이 되었었는데,

새벽 1시쯤 되자 그나마도 불통;;;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6시쯤에 바람이 좀 잦아들길래 (그래도 보통 태풍수준) 확인차 밖에 나갔었다.

 

 

역시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었지만, 버틸만한 수준은 되었던지라... ^^;; 

 

후박나무의 굵은가지들이 여러개 부러져서 나뒹굴고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콜라비나 다른 작물들 위로 떨어졌고;;;

이번에도 바닷물을 머금은 바람이었는지, 대부분의 작물들의 잎이 다 타들어가 있었다.

 

 

연못가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들

 

 

뽑히고 쓰러지고 잎이 타들어가서 초토화된 작은 텃밭의 쌈채소들

 

 

북쪽(부엌 뒤쪽)에도 나뭇가지들이 많다... 그나마 가스통이 안쓰러진게 다행;;

 

 

비가 많이 와서 아직도 물이 잠겨있는 상태

 

작물들의 대부분이 잠겨버렸다;;;

 

 

작물들 위로 떨어진 나뭇가지들, 바람으로 쓰러진 작물들... ㅡ,.ㅜ

 

 

 

돌담도 서너군데 무너져 있었고;;;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가 만든 창고도 멀쩡하고, 데크와 파고라도 멀쩡하단거...

다만, 초속 30미터에서 흔들려도 안 닿았던 나무옆의 모서리가, 어제의 거센 바람에는 닿아서... 좀 찌그러졌;;; ㅡ.ㅡ

 

 

 

 

몇시간째 정전이고, 근처의 인터넷 기지국마저도 정전이라서 불통인거라고 하니,

연결의 끈이라곤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는) 휴대전화 밖에 없는 상태라... 뭔가 고립된 느낌? ㅡ.ㅡ??

 

 

AA size 두개로 작동되는 라됴만이 살길;; ㅋ

그나마 지난번에 안테나가 부러져서 채널이 잘 안 잡혀서뤼,

음식용 스텐꼬치를 하나 꼽아서 간신히 신호를 잡았다~ ㅎㅎ

 

 

 

우리집 가스렌지는, 전기로 점화하면서 안전장치도 풀어주는 거라, 정전이면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창고에서 1회용 가스렌지를 꺼내서 아침으로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고,

점심엔 꺼진 냉장고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부추양파전을 부쳐 먹었다~ㅋ

 

 

 

서울에서라면 아무런 고지도 없이 정전이 몇시간째 계속되는게 이해할수 없는 일일건데,

어제 저녁부터 쭈욱~ 정전에, 한전 고객센터는 전화 연결도 안 되서 더 답답했지만,

동네에 나가보니, 정전의 원인이 전깃줄들이 끊어져서 생긴거라...

빨리 복구되긴 어려울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후에 호두네는 전기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그와 아이패드를 충전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먹을 것들을 사러 읍내쪽으로 가는데 바닷가를 따라 갔었다.

바다쪽은 아직도 습한 느낌이 그대로였고, 파도에 밀려온 각종 쓰레기들을 치우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며칠전까지만해도 못 보던 것들도 보이고;;;

 

 

(이곳들 지나갈때는 정전으로 티비도 안 되고, 인터넷 뉴스조차 볼수 없어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번에 좌초된 중국어선들이란다)

 

 

바다는 여전히 거칠었다. 

 

 

송악산쪽에는, 완전히 부서진 집도 있다;;;

 

 

큰길가에 있는 신호등 둘 중하나는 저렇게 꺽여있고;;; ㅡㅡ;;; 

 

모슬포 읍내에도 아직 전기가 안 들어왔는지, 문닫은 집이 대부분이다.

 

저녁으로 먹을 빵이라도 하나 살까 해서 들렀는데, 빵집은 커녕, 슈퍼까지 다 정전으로 문을 닫아서,

우유 하나만 간신히 사들고 돌아왔다.

 

 

비록 우리집도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없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다친것도 아니니, 어찌보면 피해랄 것도 없는 수준이고...

 

다만, 정전이 거의 만 하루동안 지속되면서도 언제 복구될지 모른채 마냥 기다려야하는 것만 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읍내에 잠깐 다녀오면서 보니... 그나마도 불평을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가 안 되면 팔수 없게되는 가게의 물건들이나, 식당의 식자재들과 횟감들;;;

그 외에 정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여러 직종의 분들에 비하면...

 

우리의 정전은 세상과의 소통이 안되는 잠깐의 답답함에 불과하다는걸...

깨닫고 돌아왔다.

 

 

 

전기가 언제 복구될지 모르면서 마냥 기다려야하는 약간의 불편한 마음까지, 싹 다 버리고,

집 밖에 떨어진 나뭇잎들 한번 더 치우고, 텃밭의 작물들도 좀 정리하고,

장기(정)전을 대비해 창고에서 파라핀 오일을 통째로 가지고 들어와서 램프를 켜고 씻었다.

 

물이라도 나오는게 어디냐며... ㅋㅋ

 

 

 

다 씻고, 오늘의 저녁메뉴인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 먹으려는데,

띠리링~하며 냉장고에 전기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우오오오오~~

동네 곳곳의 끊어진 전깃줄들을 보며 내일도 복구되긴 힘들겠구나~ 했었는데

정전된지 22시간만에 들어오다니, 이게 왠 떡이냠;;; ㅎ

 

 

 

중간에 한번 더 정전이 되었다가 5분쯤 후에 다시 들어오긴했지만,

덕분에 티비 뉴스를 보면서, '아~ 이래서 오늘 내 전화기가 쉴 새가 없었구나~'이해도 하고,

이렇게 일기도 쓸수 있었던거~ 호호~

 

 

 

'태풍이 큰 탈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예요~

 그리고... 다시 봐서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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