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3 16:23

바다속에 핀 꽃

잭피시 무리를 담고있는 남편

입 안 한가득 알을 품고 부화되기를 기다린다


                                                               *****


지난 추석, 오전에 차례를 지내고나서 주섬주섬 짐을 싸 밤에 출발하는 마닐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종 목적지는 보홀(Bohol)섬의 탁빌라란(Tagbilaran) 공항.

오전에 출발해서 당일 오후 연결편을 이용해서 보홀로 갔다면 몸은 덜 힘들었겠지만,
명절이니 차례는 지내야하고 그렇다고 그 다음날 가자니 다이빙 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일이다보니,
몸이 좀 힘들더라도 하루 더 다이빙할 수 있게 전날 밤 출발을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새벽에 마닐라에 도착해서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기까지는 약 3~4시간 남짓,
시내로 나가서 자고 오기에는 그리 넉넉지 않은 시간인지라 그냥 공항에 머물기로 하고,
혹시 몰라서 가볍고 부피도 별로 안 나가는 은박 돗자리 하나를 챙겨 갔다가 아주 요긴하게 사용을 했다.

동 트기전, 마닐라 국내선 청사에서~ㅋㅋ


보홀 공항, 왼쪽이 출발, 오른쪽이 도착하는 출입구

 
보홀공항의 화물 시스템~



다소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탁빌라란 공항에 도착해보니 날씨가 정말 좋았다.
그 덕에 피곤함도 잊은 채 룰루랄라~ 짐을 찾아 나와 보니, 우리를 픽업하러 나왔을만한 사람이 안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나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픽업차량이나 택시를 타고 떠나고,
공항 마당에 덩그러니 우리만 남았다.

흠, 이 상황은 뭐지?
이제까지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을 하건 다른나라 사람이 운영하건 가리지 않고 여러 다이빙장소를 다녀봤어도
약속된 픽업이 안 나오기는 처음.

여럿이 한꺼번에 움직일 때는 연락처니 뭐니 꼼꼼히 챙겼지만,
오랜만에 단촐하게 우리부부만 움직인데다 예약한 곳이 우리나라 리조트여서 살짝 방심을 했는지
기본적으로 챙겼어야 할 현지 연락처를 안 챙겨오는 실수를 저지른 거다.


어쩔 수 없이 현지 공항 사무실에 양해를 구하고 공항 사무실에 비치된 다이빙 리조트&호텔 목록을 찾아보는데,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예약한 다이빙샵이 리스트에 없는 거다.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해 낸 것이, 이곳에 예약을 하며 둘러보다 본 숙소의 이름인데, 다행히 그 숙소는 목록에 있다.
공항직원한테 부탁해서 그 숙소에 먼저 전화를 걸어 우리가 가기로 한 다이빙샵과 어렵사리 연락이 되었고,
생각보다 좀 많이 늦기는 했지만 여차저차해서 다이빙샵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픽업해 주기로 한 운전기사가 잊은 것이라고.


물론 출발 하루이틀전에 미리 다이빙샵에 컴펌을 해두긴 했지만,
팀이 아닌 우리 둘만 간다고 방심해서 연락처도 안 챙긴 건 분명 우리 실수이니,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은 셈이다.


아래 사진들은 이번에 갔던 디퍼 다이브 (Deeper Dive)와 비타옥 비치리조트 (Bita-ug beach resort)의 모습 



이곳에서 아침/저녁 식사를 하고 다이빙 나가기전 브리핑도 한다

다이빙샵이 있는 비타옥(Bita-ug) 비치리조트 앞바다

아담한 수영장

리조트에서 바라본 바다풍경



먼저, 리조트에서 한상가득 차려주는 아침식사를 하고, 짐은 대강 정리해두고,
세부에서 배타고 보홀로 들어온 하루님팀을 기다렸다가 같이 발리카삭으로 다이빙을 나갔다.

우리가 일행이 둘 뿐이다 보니 비수기가 아닌 이상 어디를 가든 모르는 다른 팀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아는 분의 팀과 일정이 같아서 즐겁고 편한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기후가 많이 바뀌어서
건기우기의 개념도 별 소용없고 태풍이 안 오던 계절에 태풍이 올수도 있는 등 예전에 비해 날씨를 예측하기 힘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잡은 일정이 필리핀에서는 날씨가 별로 안 좋다고 하는 7~10월에 들어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우리의 일정 동안에는 날씨는 물론 바다상황도 더 없이 좋았고,
수온이 30도 전후로 0.5미리 슈트로 가볍게 다이빙하기 딱 좋았다.


처음에 보홀 다이빙을 계획할 때부터 발리카삭을 갈 목적으로 다이빙샵도 일부러 그곳에 가기 쉬운 디퍼로 잡은 터라,
매일매일 거의 발리카삭에서만 다이빙을 했다.

물론 하루에 3~4회 다이빙 중 한번 정도는 돌아오는 길에 알로나 비치쪽에서 다이빙하기도 했지만,
많은 시간을 발리카삭에서 다이빙하고 오려던 계획은 전반적으로 성공한 편이다.

5년전쯤 보홀에서 다이빙했을 땐 보홀 본섬에 숙소+다이빙샵을 잡아서 발리카삭을 이틀밖에 못 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카삭’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잭피시(자이언트 트레발리)나 바라쿠다 무리가 떠올랐는데,
이번 다이빙여행에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일정 내내 쾌청한 날씨와 맑은 시야, 그리고 잭피시나 바라쿠다떼는 물론 형형색색의 바다생물들이 우리를 맞이했으니까... ^^


리조트 앞은 수심이 얕아서 작은배로 큰배까지 오가야했다

저 멀리 발라카삭이 보인다

이번에 다이빙을 같이한 팀의 리더, 하루님~ ^^

발리카삭




보홀,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발리카삭의 바다 속에서는
작은 수로 무리지어 다니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부터, 바다 속의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수의 잭피시나 바라쿠다 무리들까지,
많은 물고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또 만난 잭피시 무리, 잭피시 무리의 위쪽엔 바라쿠다 무리도 있었다






곰치야~ 뒤돌아 보지 마~ㅋ





쏠베감팽(Lion fish)이나 아네모네 피시, 씬뱅이(Frog fish) 등도 종류별/색깔별로 많이 있었고,
일정 중에 딱 한번 했던 야간 다이빙 때는 운이 좋게도 연속으로 스타게이저(Stargazer) 두 마리와 만나는 행운도 찾아왔다.

팬더아네모네(?)라고 하는 희귀한 종류의 아네모네피시 무리를 담고 있는 모습



↑↓ 씬뱅이 (Frog fish)







모래알로 미루어 짐작할수 있듯이, 물고기 사이즈가 워낙 작아 찍느라 힘들었다

스타게이저


스타게이저를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매번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으로 모래 속에 숨어있던 것만 봐서 넙치처럼 납작한 물고기일줄 알았는데
도망갈 때 보니 전후좌우로 아주 통통한 상자처럼 생긴 아이라 참으로 신기했다.

그러나 사진으로 두어장 찍는 중에 순식간에 도망간 거라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는 못하였다.
이럴 때는 동영상이 되는 카메라가 아쉽다.

그 외에도 작고 예쁘고 신기한 물고기들이 많았다.



그동안 다이빙을 많이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이빙 경험이 적다고 할 수도 없는데,
이번 보홀 다이빙 여행에서 그동안 다이빙하면서 한 번도 못 봤던 바다생물들을 꽤 많이 보고 온 셈이다.
 
그 중에는 너무 작아서 사진 찍기도 힘들었던 아이들도 있었고, 색깔이나 그 모습이 특이한 물고기들도 많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진을 못 찍어 온 아이들은 마음속에만 담아왔고,
다행히 카메라에 찍힌 아이들은 메모리에 담아왔다.













아래 사진들은 회초리 산호들과 함께 살고 있는 몇몇 바다생물들의 모습을 담은 것인데,
그 중 첫사진에는, 다른 물고기가 낳고 노심초사 그 곁을 지키던 수북한 알들 위를 유유히 오가던 고비의 모습도 보인다.



1타2피? ㅎㅎ





다음 사진들은 모래밭에서 정말 자주 만났던 커플들의 모습이다.
새우가 장님이라 자기는 망만 보고 일은 새우한테 시키는 아이들인데,
모래 위를 조금만 주의해서 찾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여기저기에 많이 있었다.







아래는 여러 환경에서 사는 새우들 사진 모음이다.
짧은 말미잘이나, 바다나리 등 주로 어딘가에 숨어 있는 새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겁 없이(?) 모래바닥 위에 노출된 채 다니는 새우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둘이 친구? 부부??? ㅎ



이번에는 여러 종류의 게들이다.
몇몇은 집이 없는 채로, 몇몇은 소라 같은 것들을 집 삼아 등에 지고 다니다가
여차하면 그 안으로 숨어 스스로를 보호한다.














다이빙하는 날짜를 얼마나 계획하고 와야 덜 아쉬울까? 아니, 아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짧게 2~3일을 계획했건, 일주일을 계획했건, 마지막 날 특히 마지막 다이빙은 항상 나를 애타게 한다.
어쩌면, 언제 또 이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을 한층 더 얹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암튼, 마지막 날의 마지막 다이빙이 끝나고 나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바빠진다.
장비를 챙기고, 짐을 꾸리고, 사진을 백업하고 로그북에 다이빙샵의 도장도 찍는 등등, 괜시리 더 급하고 초조해 진다.
바쁜 일상 중에 잠시 짬을 내 본 5일간의 여유, 그 여유도 이러면서 마무리하는 거겠지.


↑↓ 리조트 앞바다의 멋진 일몰





보홀을 떠나는 날,
탁빌라란 공항으로 와서 수속을 하고 짐을 보내고나서
잠시지만 좁은 대기실을 의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마침 대기실 앞쪽엔 맹인으로 보이는 4명의 뮤지션들이 노래를 하고 있었고,
대기실을 채운 대부분의 사람들과 어울려 그 노래를 듣고 따라하고, 혹은 흥얼거리고 있다 보니,
비행기들이 한편씩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갔다. 그러고 나서 오래지않아 우리도 차례가 되었고,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잔뜩 안고 바쁜 일상이 기다리는 서울로 돌아왔다.

공항 대기실에서 노래를 부르던 뮤지션들

이제 보홀을 떠나는 비행기에 오를 시간

보홀을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담은 보홀섬

마닐라로 가는 국내선 기내에서 챙겨주던 간식



* Dive log

9/23 (목)  위치 : 필리핀 보홀
1회 - 발리카삭 Black coral forest (2번 부이), 수온 30.5도, 11:28~12:23 (55분), 최대수심 17.1m, 평균수심 9.9m
2회 - 발리카삭 Black coral forest (1번 부이), 수온 30.6도, 13:18~14:07 (49분), 최대수심 18.3m, 평균수심 9.56m
3회 - Kalipayan hide (cottage front), 수온 30.6도, 16:42~17:37 (55분), 최대수심 19.0m, 평균수심 11.0m

9/24 (금)  위치 : 필리핀 보홀
1회 - 발리카삭 Black coral forest (2번 부이), 수온 30.3도, 10:29~11:36 (67분), 최대수심 17.0m, 평균수심 10.5m
2회 - 발리카삭 Divers heaven (1번 부이), 수온 30.5도, 12:35~13:35 (60분), 최대수심 15.5m, 평균수심 8.7m
3회 - 발리카삭 Royal garden (1번 부이), 수온 30.6도, 15:14~16:14 (60분), 최대수심 15.9m, 평균수심 10.2m
4회 - Kalipayan hide (cottage front), 수온 30.3도, 18:39~19:32 (53분), 최대수심 20.7m, 평균수심 11.4m

9/25 (토)  위치 : 필리핀 보홀
1회 - 발리카삭 Cathedral (4번 부이), 수온 30.8도, 10:16~11:21 (65분), 최대수심 18.4m, 평균수심 9.7m
2회 - 발리카삭 Marine sanctuary (2번 부이), 수온 30.5도, 12:37~13:40 (63분), 최대수심 21.9m, 평균수심 10.1m
3회 - Alona Marine sanctuary (guide line I), 수온 30.2도, 15:54~16:52 (58분), 최대수심 24.2m, 평균수심 10.7m

9/26 (일)  위치 : 필리핀 보홀
1회 - 발리카삭 Black coral forest (1번 부이), 수온 30.9도, 8:41~9:43 (62분), 최대수심 14.7m, 평균수심 9.6m [Nitrox 32%]
2회 - 발리카삭 Black coral forest (3번 부이), 수온 30.9도, 10:51~11:54 (63분), 최대수심 14.8m, 평균수심 9.4m [Nitrox 32%]
3회 - Kalipayan hide (cottage front), 수온 30.9도, 13:40~14:42 (62분), 최대수심 19.9m, 평균수심 10.1m [Nitrox 32%]


※ 수중사진은 올림푸스 E-300 (또치)와 캐논 G9 (용이)으로, 육상사진은 올림푸스 E-3 (용이)와 캐논 G9 (또치)으로 촬영




보홀에서 찍어온 우리부부 모습, 덩치 큰 DSLR 카메라지만 양쪽으로 둘이 나눠잡으면 셀카도 가능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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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필리핀 |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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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아네 집 2010.12.27 00:26

    또치!
    수중세계 잘보고 간다..
    재미있게 사는 모습..항상!! 보기 좋다..

    • 또치 2010.12.28 00:35 신고

      이모~! 웹에서 이모를 만나다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일이었는데, 반가워~
      그리고 멋져요~~ ^^

  • BSSD 2012.05.15 19:48

    사진과 글 잘봤습니다. 보홀 홍보 감사합니다. ^^

  • 보홀 여행 2012.05.27 15:34

    보홀의 팡라우 지역, 아로나(ARONA) 해변에 가면 한국어로 적힌 메뉴가 눈에 확 띄는 해산물 코너가 있는데, 절대 비추 !!!!
    강추가 아님. 비추. 이 집 뿐 아니라 그곳 해안에 있는 해산물 코너들이 대부분 비추. 비싸고 서비스 형편없음. 물론 그 중에 꽃은 한국인 상대로 영업하는 한국인 가게임. 완전 대박으로 여행 기분 망쳤습니다. 아직도 욕 나오네. C**

  • goodnongbu 2013.04.22 22:28

    필리피노, 국민성이라 할 만큼 시간개념 없죠.
    한국인 상대 장사는 다 비싸요. 정말.
    그래도 아름다워요. 필리핀.
    현지 음식도 우리에게 잘맞아요. 하긴 울애들은 발룻도 잘 먹지만...ㅎㅎ
    여긴 좋다고들 하더니 정말 아름답네요. 잘봤어요.

    • 또치 2013.04.23 08:10 신고

      필리핀 바다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아요~
      세부퍼시픽 덕분에 쉽게(저렴하게) 갈수있다는 장점도 있지만요~ ㅋㅋㅋ

  • goodnongbu 2013.04.23 22:53

    네.세부 미리미리 준비하면...
    다만 시간이 시계처럼 흐르는 나라가 아니지만....ㅎㅎ

  • 한두환 2015.07.07 18:27

    사진이 너무 이쁩니다 저도 보홀을 갈껀데 어떤 카메라로 찍으셨나요? 바다 속인데 밝기가 좋네요
    전 6d,100d 가 있는데 6d는 무섭고 100d에 표준렌즈를 끼워서 수중 케이스를 사서 갈까 합니다만

    • 또치 2015.07.07 22:17 신고

      그냥 수중케이스로는 수압에 못 견딜거구요,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하우징이라고 부르는 전문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사진들은...
      엄청 예전 모델인 올림푸스 E-300로 찍은거랍니다, ^^